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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旅 - 국내여행, 맛집

[후기] 31일, 1일 일출 와인딩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투철한 동면 정신과 북적거리는 곳은 딱 질색인 히키코모리 마인드로 철저히 무장한 나이다. 그런 고로 평생 단 한 번도 동해안을 가서 일출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지난 2017년은 다사다난했고 오는 2018년을 힘차게 뚫고 나갈 에너지를 얻고자 뜬금포 일출 와인딩을 계획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춥긴 했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1일차 이동경로🚗: 김삿갓 면사무소 시작 → 춘양로 → 재산로(재산면사무소) → 임예로(안동호 건너편) → 임동면사무소 → 안동대학교 → 안동찜닭골목 종료

김삿갓은 조선 후기 시인이자 방랑객이다. 부평초 같은 인생을 제대로 실천한 위인인 셈이고 김삿갓면은 그를 기념하는 행정구역이다. 김삿갓면을 지났으면 이후 춘양로를 타고 남쪽 방향으로 내려온다. 본래 계획은 1일차에 울진으로 가는 불영계곡로까지 주파하려 했으나, 청라에서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시간이 부족해서 생략했다. 이를 벌충하고자 불영계곡로 대신 안동호 건너편으로 빠지는 재산로를 탔다.

하필 그전날 큰 눈이 와서 재산로가 있는 청양산 도립공원의 길 상태는 개판이었다. 그야말로 눈, 얼음(블랙 아이스), 모래의 삼위일체. 위험하기도 위험할 뿐더러 깨끗하게 세차해 온 차도 곳곳에 먼지와 진흙이 덕지덕지 묻었다. 윈터 타이어로 와서 망정이지 Cup2나 Ps4s면 꿈도 못꿨을 도로 상황이었다.


이후 임예로 → 임동면사무소 → 안동대학교를 거쳐 안동 시내로 진입한다. 하도 유명해져서 이제는 전국 어디에나 있는 안동 찜닭을 찜닭골목에서 먹고 첫째 날 일정을 종료했다.

안동 현지 찜닭이라해서 기대했는데 정작 맛은 대도시에 널리고 널린 찜닭집과 도찐개찐, 달달하고 매콤한 맛이다. 한 가지 위안이라면 가격에 비해서 양이 제법 넉넉하다는 것.

🚗2일차 이동경로🚗: 후포항 시작 → 해안도로 → 불영계곡로 → 청옥로 (태백시 진입) → 태백산로 → 영월 → 한반도지형 → 주천묵집 종료

물 반 고기 반이 아닌 사람 반일 게 뻔한 정동진에서 도저히 일출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아서, 꿩 아니면 닭으로 울진 후포항을 골랐다. 울진, 영덕 라인은 대게로도 유명하니 일출을 본 뒤 게도 먹방할 계획도 세웠다.

주최측에서 추위를 좀 가시게 하라고 타닥타닥 화톳불을 피워두었다. 하지만 워낙 바람이 많이 불어서 별 효과는 없었다. 효과는 고사하고 눈 먼 불똥이 나무나 숲으로 튀어 산불이 날까봐 겁났다.

한쪽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떡국과 어묵탕 준비에 여념이 없다.

시끌벅적한 사물놀이패 공연. 추운 날씨에도 한바탕 놀이판을 벌리고 나니 다들 이마에 땀방울이 송긋송긋한다.

트로트 가수의 공연도 펼쳐지고,

그 와중에 수평선이 또렸해지고 동쪽 하늘이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삼삼오오 뷰포인트로 몰려드는 인파.

2018년 첫 일출이다.

타임랩스로 찍은 것이다. 이번 동해안 일출이 별 감흥이 없다면 다시는 안 오려 했는데... 해가 빼꼼히 고개를 내미는 처음 몇 초는 솔직히 소름이 돋았다.

일출을 보고 후포항에서 먹은 홍게.

지금 홍게가 제철이긴 한데... 가성비는 좀 떨어진다. 비싸단 말. 왠지 관광지고 이날 인파가 대단했으니 바가지를 씌우는 것 같기도 했다.

이후 해안도로를 따라 울진까지 올라가서 커피탐을 한 번 한 뒤, 불영계곡로 → 태백 → 영월을 거쳐 한반도면 관광지로 향했다.


한반도면 관광지는 주차료와 입장료가 공짜다.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는 도보로 편도 15분이 걸린다. 하지만 지금 같이 추울 때는 곳곳에 얼음이 얼어 있어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야 하므로 25-30분은 잡아야 한다.

이런 숲길을 따라 걸어가서

요런 전망대 가면

나름 괜찮은 경치가 펼쳐진다. 드론으로 하늘에서 보면 더 선명한 한반도 형상이 나오는듯

이후 자주 가는 영월의 묵밥 맛집 주천묵집에서 묵밥 한사발하고 일정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