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득得 - 배움

영화: 밀양(密陽) Secret Sunshine

주인공인 이신애(전도연)는 아들인 쭌을 데리고 서울에서 밀양으로 가는 도중 승용차가 고장 납니다. 이때 호출한 카센터 주인 김종찬(송광호)과 처음으로 만나게 되죠. 얼핏 보면 신애는 사별한 남편의 고향인 지방 도시 밀양에서 힘찬 새 출발을 하려고 하는 것 같지만 그녀도 우여곡절이 많습니다. 서울에서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었고, 그녀가 밀양에서 잘 정착하고 있는지 안부차 방문한 남동생에 따르면 남편은 서울에서 다른 여자와 불륜을 저질렀던 것 같습니다. 신애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서 밀양 시내에 단출한 피아노 학원을 차리고 아들 쭌과 오순도순 살아갑니다. 신애가 마음에 든 종찬도 그녀에게 다가가기 위해 피아노 학원 학생을 소개해 준다던가, 과시용 위조 상장을 걸어준다든가 하며 신애의 호감을 사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단란했던 가정에 먹구름이 드리웁니다. 쭌이 다니는 웅변 학원의 원장이 서울에서 온 신애가 부자인 줄 알고 돈을 뜯어내려고 쭌을 유괴합니다. 신애가 밀양에 땅을 산다는 소문을 동네방네 내고 다녔거든요. 하지만 이것도 허세로 판명 납니다. 신애는 땅을 살 정도로 저축한 돈이 없었으며 땅을 알아보고 다닌 것은 지역 주민들에게 돈이 많다고 허풍을 떨어놓으면 밉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계산했기 때문이죠. 결국 쭌은 유괴범 웅변 학원 원장의 손에 목숨을 잃고 이때부터 신애에게 지옥이 펼쳐집니다.

영화를 관통하는 테마는 은근한 봄볕 같은 한 남자의 사랑과 죄인에 대한 용서입니다. 후반부에 나오지만, 신애는 기독교에 귀의하고 하나님의 사랑에 감명받아 교도소를 방문하여 진심으로 아들을 살해한 범인을 용서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범인도 수감소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받았고 신애가 용서하기도 전에 하나님에게 이미 용서를 받았다며 매우 평온한 얼굴로 내뱉습니다. 이때 아들이 죽은 이후 가장 큰 충격이 신애에게 찾아오고 그녀의 인생을 다시 한번 세차게 흔들어 놓습니다.

밀양을 끝까지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영화 내내 신애가 정말 잔인할 만큼 난도질하고 찢겨나가는 게 보이거든요. 그녀가 조금 잘 풀릴 때에도 세찬 개울물을 흔들리는 징검다리에 의지해 건너는 어린아이처럼 불안하기 짝이 없고요. 이때 신애에게도 나아가 영화 시청자에게도 힘이 되어주는 게 종찬입니다. 정말 송광호가 아니라면 영화 내용이 배는 슬프고 비극적이었을 거예요. 안타까운 사실은 현실에서는 사뭇 비슷한 일을 겪더라도 종찬 같은 사람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을 거라는 거죠. 송광호. 영화 밀양에서 그는 신애를 비추는 '밀양'이자 산소 같은 남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