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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得 - 배움

도서: 김민식 - 매일 아침 써봤니?

세바시 영상: 괴로움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글쓰기 - 김민식 PD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최근들어 일터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위력을 정말 실감하고 있어요. 사람이 할 일을 수십-수백 배 더 빠르게 처리하는 짜릿한 속도. 어떤 오류도 허용하지 않는 탁월한 정확성, 아무리 일을 시켜도 불평불만을 토로하지 않는 진중함. 잘 설계한 컴퓨터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팔색조의 매력을 뽐낸답니다. 그래서 근무할 때 신속하게 나에게 할당된 분량을 완료해두고 나머지 시간에는 코딩, 데이터베이스 설계 등 컴퓨터와의 데이트(?)에 빠져 삽니다. 이렇게 한땀한땀 정성들여서 완성한 스크립트는 다시 업무에 투입할 수 있어서 일종의 선순환 구조가 돌아가고 있어요.

월급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일을 하는 나 자신의 성장입니다 오래오래 일하려면 나를 성장시키는 일을 해야합니다. 경험상 일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성장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들이 낮에 무슨 일을 히는지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회사에서 퇴근해 무엇을 하느냐다. 우리는 그들의 낮 시간에는 관심 없다. 팀 페리스『타이탄의 도구들』

김민식 피디님도 저서 『매일 아침 써봤니?』에서 인공지능과 컴퓨터의 힘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인간은 앞으로 이런 컴퓨터와 경쟁해야 한다고 넌지시 언급하죠. 컴퓨터가 잘하는 분야와 사람이 잘하는 분야가 있는데, 근미래에 인간이 하는 많은 일들의 주도권이 컴퓨터로 넘어갈 것이고, 그러한 분야에서는 인간이 컴퓨터를 이기기 힘들다고 일침을 놓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가장 좋은 선택지는 컴퓨터가 못하는 것을 하거나 컴퓨터를 다루고 설계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이나 로봇과도 경쟁해야 합니다. 이 경쟁에서 사람이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포크레인과 인간이 누가 더 삽질을 잘하나 대결하면 그 결과는 뻔하니까요. 아무리 최첨단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라도 오를 수 없는 다른 피라미드를 올라야 합니다. 바로 놀이의 피라미드예요. 그냥 노는 게 아니라 전문가 수준으로 놀아야 합니다.

그 원동력으로 꼽는 것이 "독서"와 "글쓰기(블로깅)"입니다. 글쓰기는 돈이 안 드는 알뜰한 취미이며, 지식을 배우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나아가 광고료나 인쇄 따위로 소소한 수익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독서는 글쓰기에 필요한 재료를 수집하는 행위입니다. 독서 없이도 글을 쓸 수는 있지만, 탄탄한 독해와 공부가 바탕이 된 글쓰기보다는 문장 하나, 구절 하나의 무게가 가벼울 수밖에 없어요. 사상누각이나 풍전등화라는 사자성어가 어울릴만큼 불안하기 짝이 없죠. PD님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은 두 가지가 요즘 저도 매진하고 있는 것들이라 무척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돈 벌려고 돈 쓰는 건 싫어합니다. 한 푼 안 들이고 벌어야 진짜 남는 장사거든요. 돈 안 들고 할 수 있는 일이 어디 없을까? 그러다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블로그는 쓰는 것도, 보는 것도 다 공짜입니다.

네트워크에 올려 둔 나의 글이 나를 대신해 사람을 만납니다. 전국에 있는 직원을 직접 만나 자신의 비전을 공유하고 가치를 니누면 좋겠지만, 그럴 시간이 없을 때 마스다 무네아키는 블로그에 올려 둔 자신의 분신을 통해 사원들을 만납니다. 인터넷 복제의 시대, 블로그는 가장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분신술 도구입니다.

마지막으로 PD님이 책에 대해서 적은 재미있는 의견을 소개하며 마칠게요. 저도 다양한 일을 하면서 배신당한 경험이 있고 그때마다 이겨내고 성장의 발판으로 삼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받은 상처가 없다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책과 글쓰기를 생각하면 절로 힘이 솟구친답니다. 언제나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주는 부모님이나 가족처럼, 절대 나에게 등을 돌리지 않고 내가 가는 길을 묵묵하게 비춰주고 응원해주는 등불 같은 존재. 그게 바로 독서가 아닐까 생각해요.

사람은 때로 국가나 회사, 친구한테 배신을 당합니다. 심지어 사랑에 배신당하기도 합니다.하지만 책은 절대 사람을 배신하지 않아요.

책에서 발췌

파도가 닥쳐올 때, 두려움에 떨기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보드를 꺼내 드는 서퍼가 되고 싶어요.

"아내가 아는 돈 500만원보다 아내가 모르는 돈 20만 원이 훨씬 더 소중하다."

저의 시간 관리에서 가장 큰 특징은 저녁 약속을 잡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 피치못할 약속만 나갑니다. 동창회나 회식 자리는 나가지 않습니다. 저녁 약속이 있어도 7시 전에 만나 밥을 먹고, 9시 늦어도 10시에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2차 가자고 붙잡거나 억지로 술을 먹이는 자리는 다음부터 안 갑니다.

문제는 그때까지 버티는 게 쉽지 않다는 거지요. 성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으면 그만두고 싶거든요. 그럴 때 저는 '시정마처럼 살자'고 다짐합니다. 교미 직전에 몇 번 질질 끌려 나왔다고 암말에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면 시정마로서 낙제점입니다. 교미에 성공한 적이 없지만, 마치 단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것처럼 기회가 올 때마다 힘차게 흥분할 수 있어야 제대로된 시정마인거지요. 저는 시정마처럼 살고 싶습니다. 종마의 삶인지, 시정마의 삶인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꿈꾸는 이 순간 흥분을 즐길 수 있다면, 그 이상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살다가 힘들 때는 저 역시 단골 블로그를 찾아갑니다. 단골 술집을 순례하듯 단골 블로그에 들러 새로운 글을 읽다 보면, 삶에 활력도 생기고 영감도 얻게됩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일단 시간 있느냐고 물어봐야 하고,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일단 뽑아 들고 첫 페이지를 넘겨봐야 하고,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일단 구성안 초안이라도 뽑아서 주위에 돌려야 합니다.

저의 특기는 독서입니다. 책을 읽기 위해 굳이 시간과 공간을 따로 찾지 않아요. 언제 어디서나 짬만나면 읽습니다. 화장실에서 정 읽을거리가 없으면 비데 사용법이라도 읽습니다.

스마트폰은 최고의 취재 도구이자 기자 수첩이에요. 맛있는 음식을 보면 바로 사진을 찍어둡니다. 멋진 풍광을 만나도 마찬가지이고요. 서울둘레길을 걸을 땐 산속 표지판을 찍어둡니다. 관악산 구간 푯말에 표시된 정보, 일테면 '사당역까지 30분, 낙성대 역까지 15분'같은 정보가 디음날 블로그에 글을 쓸 때 중요한 자료가 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