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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旅 - 해외여행, 맛집

아일랜드 최고의 자전거 길. 워터포드 그린웨이

링오브캐리에서 200km 넘게 자전거를 신나게 탄지 2주일만에 다시 자전거 여행을 계획했다. 그 목적지는 아일랜드 남부의 대표 도시인 워터포드(Waterford).

 

그린웨이 유튜브 전체 영상

 

워터포드는 아일랜드의 가장 오래된 도시로 크리스탈 공업이 유명하다. 그리고 아일랜드 서부와는 다르게 더블린에서도 차로 1-2시간 정도 걸려서 비교적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 참고로 더블린에서 아일랜드 서부까지는 최소한 4시간은 걸림.

좀 부족하지만 유튜브에 올린 크리스탈 공장 견학 영상. 일인당 입장료 15 유로에 약 50분 정도 투어를 시켜준다.

 

내가 왜 이곳에 오게 됐냐. GCN(Global Cycling Network)라는 유명한 자전거 유튜브 채널이 있는데, 그곳에서 아일랜드 남부 로드 바이크 코스 영상을 보고 낚였다.

특히 영상에서 나온 장면 중 "워터포드 그린웨이"를 보고 여긴 반드시 로드 끌고 가서 타본다고 다짐했다. 워터포드에서 출발하는 워터포드 그린웨이는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자전거 길이다. 마치 수도권 지역의 아라뱃길이나 한강 자전거 길이라고나 할까?

워터포드 그린웨이는 1800년대에 처음 개통한 아일랜드 남부의 기차 선로였다. 이후 이곳은 폐선이 됐고 2000년도에 들어서 리모델링을 거쳐 자전거 길로 다시 개장한 것. 워터포드에서 시작하여 던가번(Dungarvan)에서 끝나며 편도 약 45km 정도의 길이다.

BNB(Bed & Breakfast)라고 하는 아일랜드 민박집[각주:1]에 도착하여 먼저 밥부터 먹었다. 닭 가슴살 스파게티를 집에서 싸왔는데, 요새 혼자 장거리 자전거를 탈 때는 도시락를 싸 가는 게 좋았다. 영양가도 좋고, 가격도 싸고. 시간도 절약하고. 여러모로 이득이다.

 

이후 가볍게 커피까지 한 잔 더 마시고 그린웨이로 출발. 초반부에는 이렇게 자전거 길 옆으로 철길이 있고, 역 플랫폼도 나온다. 실제로 초반 구간 약 3-4km 정도는 관광 기차도 다니는데 현재는 코로나 때문에 운행을 중단한 상황.

고프로 들고 찍기를 처음 시도해봐서 장갑이 화면 아래쪽을 조금 가렸다... 그린웨이를 약 절반 정도 (20km) 달리면 그린웨이에 있는 약 11개의 고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킬맥토마스 고가(Killmacthomas Viaduct)가 나온다. 예전엔 이곳이 아스팔트가 아니라 철길이었다. 그리고 지나가면서 보이는 경치가 워낙 좋아서 고프로에 담으려고 2번 달림.

킬맥토마스 고가를 지나서 조금만 더 가면 발리보일 터널(Ballyvoyle Tunnel)이 나온다. 이곳은 마치 한국 단양에 있는 이끼 도로처럼 터널 입구 양쪽으로 푸른 이끼가 가득하다. 그리고 귀엽게도 이끼가 있는 곳곳에 작은 요정 집들을 만들어 놓았다. 참고로 터널 안은 매우 매우 어두우니까 썬글라스나 고글을 벗는 걸 추천한다. 진짜 아무것도 안 보인다.

 

그리고 발리보일 터널을 지나 종착지인 던가번 가까이 가면 영상처럼 끝내주는 캘트 해(Celtic Sea)가 펼쳐지는 해안 절벽이 나온다. 사실 워터포트 그린웨이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좋은 부분. 여기가 던가번 쪽에 훨씬 가깝기 때문에, 만약 차로 방문해서 가볍게 산책만 한다면 워터포트가 아니라 던가번 쪽에서 출발하는 게 이런 절경을 보기에 유리하다.

 

워터포드 그린웨이의 서쪽 종점인 던가번이다. 아일랜드 남부의 대도시인 워터포드와 코크(Cork)의 중간 정도 지점에 있고 도시의 크기는 워터포드보다는 훨씬 작다. 그래도 있을 거 다 있는 평화로운 도시. 다만, 자전거를 타고 그것도 혼자서 방문하니 뭔가 구경하거나 먹기는 좀 그래서 빠르게 물만 보급하고 다시 워터포드로 복귀하는 길에 올랐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들린, 워터포드 그린웨이에서 제일 유명한 카페이자 맛집 코치 하우스 커피(Coach House Coffee)다. 킬맥토마스 고가 바로 옆에 있다. 자동차로도 접근할 수 있어서 굳이 먼 길을 자전거를 타고 오지 않아도 된다.

 

소고기 햄버거 세트를 시켜먹었다. 프리미엄 수제 햄버거가 으레 그렇듯 소고기 패티가 아주 짱짱하다. 거진 스테이크를 한 장 넣어놓은 정도. 이때가 한 80km 가까이 탔을 때라서 배가 무지 고팠기에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그린웨이를 방문한다면 이 식당은 정말 강추한다. 음식 맛도 끝내주고 직원들도 정말 친절하다.

 

휴식하고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다시 출발할 때의 느낌은 언제나 좋다. 그림자가 많이 길어졌어도 이제 20km 정도만 더 타면 되기에 느긋하게 시골 풍광을 감상하면서 달렸다. 특히 저녁이 되자 그린웨이 위의 인파가 썰물 빠지듯이 빠져나가서 나 혼자서 그린웨이를 전세낸 기분이었다.

 

그렇게 왕복 100km 정도를 달려 숙소에 도착하고 일정을 끝냈다. 워터포드 그린웨이는 자기가 자전거를 좋아하고 아일랜드를 방문했다면 꼭 한 번 달려볼 만한 도로이다. 그리고 왕복 100km 거리가 부담스럽다면 중간 지점에 자동차를 세워놓고 그중 절반이나 1/4 정도만 탈 수도 있다. 또한, 자전거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가볍게 산책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힐링할 수 있는 곳이다. 기회가 된다면 꼭 방문 추천!  끝.

 

 

 

  1. 이름처럼 보통 BNB에서는 간단한 아침 식사를 챙겨준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 때문에 여기는 일시적으로 아침 식사가 중단됐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