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

명상, 유산균, 그리고 위험의 외주화

그간 위빳사나 명상을 하려고 해도 실행에 도통 옮기지 않아서, 동기부여도 할 겸 답답해서 끄적여 봅니다. 최근 사람의 건강에서 핫한 주제가 하나 있어요. 바로 인간의 몸이 자기 게 아니란 거죠. 하나의 생물을 다른 생물과 구별하는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DNA가 있을 텐데요, 그렇게 신주단지 받들듯 모시는 DNA와 그 DNA가 역할을 하는 진짜 자신의 세포는 인간 몸의 고작 10% 정도만 차지한다고 합니다. 과거엔 더 높았는데 최근 과학의 발달과 계속되는 연구로 이 비율이 더 낮아졌다네요. TED Talk에서 본 내용이에요. 그럼 나머지 90%는? 수많은 미생물이 주인공이라는 거죠. 그리고 그런 미생물은 사람의 내장에 많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장 건강이 중요한 거예요. 장내의 세균 균형이 조금만 무너져도 장 트러블을 비롯해 수많은 병증이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혼자 살아가면 되지 굳이 자기 몸 안에 셋방을 내주며 이 많은 세균과 함께 살아갈까요? 알쓸신잡 한가위 특집에서도 이를 다뤘었는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위험의 외주화​란 거예요. 현실에서는 위험의 외주화가 사회의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죠. 위험하고 고된 일은 비정규직이나 계약직 또는 하청 업체에게 돌리고, 본사나 정규직은 안전한 일만 하는 게 그 일례입니다. 그래서인지 뉴스를 보면 사람 목숨과 관련된 사고는 비정규직이나 하청 업체에서 대부분 터지더군요. 더욱 슬픈 건 일이 터졌을 때 보상도 제대로 없고 유야무야 넘어갔다가 미래에도 같은 사고가 반복된다는 거예요. 하지만 우리 몸 안의 세균에 대해서는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아가 세균이 하는 일, 면역, 소화 등 다양한 능력들을 우리 몸으로 내재화 하면 외부 환경 변화, 특히 돌연변이에 엄청나게 취약해진다고 해요. 이런 위험 요인을 체내의 외부인이라고 할 수 있는 세균에게 떠넘기고 대신에 세균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내어주는 거죠.

위빳사나 명상도 비슷해요. 잘못된 감정 조절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이 감정을 죽이는 겁니다. 하지만 인간도 동물인데 감정을 아예 없애는 게 말이나 됩니까? 석가모니가 말했듯 감정은 자연계에서 또한 우리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사라집니다. 거부하고 물리치려 하면 할수록 더욱 광폭하게 날뛰죠. 따라서 마치 우리 몸의 세균이 그러한 것처럼 명상의 힘으로 이런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흘려버려야 합니다. 다시 말해 마음 속에 감정을 위한 셋방을 내어주고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이러한 필터링, 즉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는 힘은 그냥 길러지지 않습니다. 암벽 등반하면서 처음부터 엘 캐피탄을 오르는 이는 없죠. 큰 대회를 준비하는 선수가 대회에 맞는 근육을 발달시키듯이, 명상에서도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게 중요해요. 이는 오직 명상만으로 달성할 수 있습니다. 고로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열심히 명상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