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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猫

아리가 콩이랑 맞먹기






아리는 우리 집 둘째 고양이다. 첫째는 콩이. 나이도 아리는 콩이 보다 두 살 어리다. 따라서 원칙대로라면 아리가 콩이한테 죽어지내야 한다. 실제로 아리가 우리 집에 온 뒤, 처음에는 그랬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고양이는 서열 동물이다.




고양이는 서열을 아주 따진다. 둘 이상의 고양이가 있을 때 서로 서열 확인은 필수이다. 실제로 대부분 가정에서 고양이 한 마리만 기르다가 둘째를 들이면 백이면 백 서로 싸우고 시작한다. 이 싸움은 나 죽고 너 죽자 이런 식이 아니고 누가 형이고 누가 아우인지, 누가 언니고 누가 동생인지 정하는 형식적인 싸움이다. 물론 가끔은 자기들끼리 너무 달아올라 진정한 싸움으로 격화되기도 하는데 이럴 때는 적절히 말려주는 게 좋다. 계속 가만히 놔두면 얼굴이나 기타 신체 부위에 유혈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고양이끼리는 서열 확인할 때는 주로 목을 무는 듯하다. 기습이든 정공이든 돌진 후 상대방의 균형을 무너뜨려 자빠뜨리고 난 뒤 목을 문다. 물론 강하게 무는 것은 아니고 서열 확인용으로 살짝. 우리 집은 아리가 어릴 적엔 아리가 무조건 목이 물렸는데, 요새는 아리가 콩이 목을 물진 못하더라도 물리지도 않는다. 콩이가 물려고 하면 솜방망이 같은 앞발로 불꽃 싸닥션 + 뒷발로 폭풍킥을 콤보로 정신없이 퍼붓기 때문이다.




동물들끼리의 싸움은 덩치 큰 놈이 장땡.





콩이의 무기는 날씬하고 탄탄한 몸에서 나오는 특유의 민첩함. 아리는 육중한 몸무게. 그런데 이 몸무게랑 덩치 하나로 이젠 콩이랑 당당히 맞짱 뜰 정도가 되었다. 전반적인 싸움의 흐름은 콩이가 기습해서 아리 균형을 무너뜨리면 콩이가 이기고, 둘이 대놓고 싸우면 콩이도 아리의 몸무게랑 덩치 때문에 무승부가 나온다. 역시 동물의 세계는 덩치 크고 무게 많이 나가는 놈이 장땡인 듯하다. 고양이 뿐만 아니라 코끼리, 하마, 코뿔소, 범고래 이런 걸 보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