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네마라(#Connemara) 국립공원 북부에 있는 두로우(#Doolough) 호수 끄트머리에 위치한 두로우 기근비(Famine Memorial)다. 때는 1849년도. 감자 대기근이 아일랜드를 강타한 시기였다. 추운 겨울날 600명에 달하는 지역 주민들이 루이스버그(Louisburgh) 마을에 삼삼오오 모여 구황 음식을 얻으려 했다. 그리고 당시 관공서가 있던 마을 델피(Delphi)에 가서 빈민법(Poor Law) 관리에게 청원해보라는 말을 듣고 길을 나섰다. 루이스버그부터 델피까지의 거리는 약 10마일. 일부는 델피에 도착하기도 전에 추위와 배고픔으로 노상에서 죽었다.
일행은 천신만고 끝에 겨우 델피에 도달해서 빈민법 관리를 만났으나, 그는 점심 식사 도중에 일어나서 "도움을 줄 수 없으니 돌아가라."고 내쫓았다. 이후 귀환길에서 얼마나 많은 인원이 죽었는지 정확한 숫자는 현재 아무도 모른다. 수습하지 못한 시신은 그자리에 매장했다고도 전한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자신의 저서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의 서문에서, 여행의 의미를 '시간적 낙차'에서 찾는다고 했다. 과거와 현재의 격차, 그리고 그 차이에서 오는 몸 말단이 간질간질해지는 느낌.
대기근 시기에 아일랜드인들이 고통스럽게 행진했고 죽어갔던 그 길은 편도 10마일이다. 현재는 자동차로 순식간에 통과할 수 있다. 아일랜드의 시골은 왕복 2차로임에도 속도 제한이 100km/h인 곳이 많아서 10분도 안 걸린다. 그것도 안락한 의자에 앉아 따뜻한 히터 바람을 쐬면서 말이다. 새삼 내가 누리는 것들에 감사하고 겸허해지는 마음이 든다. 기근비 자체만 보면 장엄한 성당이나 화려한 성에 비해 보잘 것 없지만, 마음속에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장소이다.
Connemara Doolou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