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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일상

[아일랜드 더블린 일상] 자동차 배터리 방전

한국에 있을 때 나름 경량의 고마력 차를 몰았는데 해외로 출장을 갈 때면 2주도 넘게 주차장에 세워둔 적도 있었다. 그래도 배터리 방전은 한 번도 안 됐다. 그런데 며칠 전 뜬금없이 자동차 배터리가 나갔다. 아쉬웠지. 신뢰성 높은 회사의 최신 하이브리드 차량이었으니까. 불량인가 의심도 했지만 알고 보니 내 탓이었다. 긴급 전화를 받고 출동한 도요타 아저씨의 말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최대 3주 정도는 세워놔도 좋다고 한다. 그러한 운행 빈도보다 중요한 것은 한 번 시동을 걸 때 켜 놓는 시간이란다. 공회전을 포함해서 최소 30분, 안전하게 1시간을 추천하더라. 요즘 내가 장 보러 마트에 갈 때 운전하는 시간이 왕복으로 10분이 채 안 된다. 한 8분 정도? 갈 때 4분, 올 때 4분 정도 걸리니까. 그러니 나는 운행한다고 했지만 배터리는 서서히 말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아저씨가 요새 코로나 때문에 운행 안 하는 차량이 많아서 배터리 방전 출동이 잦다고 말한다. 그리고 내가 열어둔 앞 범퍼에서 배터리를 찾아 쿨하게 전극을 꽂으니 1초 만에 시동이 걸린다. 배터리 충전용으로 내가 공회전을 하려는 이유는 하나, 기름값이다. 안 그래도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인데 이러다가 반년에 한 번 기름을 넣는 거 아닌가 싶다.

다음은 자전거. 이제 확실하게 코스를 확립했다. 집에서 약 15km 떨어진 곳에 있는 올드타운(Oldtown) 타운센터가 그 시발점이다. 여길 기점으로 시간이 없을 땐 30km 단거리 코스를 탄다. 올드타운 바로 옆의 샛길로 빠져서 귀환. 그리고 평소에는 내 18번 경로인 50km 왕복을 뛴다. 올드타운에서 나발(Naval)까지 올라가는 길이다. 약 2시간 걸리며 요즘 거의 매일 탄다. 주말에는 장거리로 80km를 질러야지. 올드타운, 나발, 드로허다(Drogheda), 벨류스타운(Bellewstown). 이 4군데 마을을 지나가는 코스다. 요즘 날씨도 따뜻해지고 자전거 타기 더 좋아져서 행복하다. 한국에 비하면 아일랜드, 특히 여기 시골은 자전거 천국이다.

요새 로드를 타면서 좀 느끼는 게 있는데, 공복에 1시간 넘게 타는 건 좋지 않다. 근손실이 안 오게 Zone1-2 정도로 살살 밟더라도 일단 흥이 안 난다. 왜? 배가 너무 고파서. 살을 빼려는 게 목표면 모르겠지만 이미 체지방 15% 미만에 60초반대의 몸무게라서 난 더 뺄 건 없고 실력을 쌓아야 하는 단계다. 그래서 요샌 항상 출발 1시간 정도 전에 천천히 소화되는 통밀 스파게티를 삶아먹고 간다. 이때도 간식을 안 챙기면 최대 2시간 주행, 거리는 50km가 한계다. 50km가 넘어가면 먹고 온 스파게티는 온데간데 없고 또 배가 미친듯이 고파오기 시작한다. 특히 50km 이상은 중거리에서 장거리로 넘어가는 단계라 위험하다. 그래서 80km 이상 장거리 코스에서는 든든하게 스파케티 식사, 물통 2병 꽉꽉. 간식은 바나나면 한 4-5개. 비스킷이면 매우 달달한 카라멜 또는 초콜렛 비스킷으로 넉넉하게 준비해 간다. 이렇게 챙겨서 40분 정도마다 계속 입에 집어넣는다. 이러면 휴식하지 않고도 장거리를 아주 재미있게 탈 수 있다. 게다가 요즘엔 경사도 15% 이상의 매우 급격한 업힐이나 흥에 겨워 스프린트할 때 빼고는 다리 근육도 거의 안 쓴다. 대둔근과 코어 위주로만 탄다. 그래서 쉽게 안 지친다. 물론 여기서 더 빠르게 주행하려면 허벅지 근육까지 다 때려박아야 하는데 내가 뭐 대회 나갈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허벅지를 많이 쓰면 다리가 안 예뻐져서 싫다.

마지막으로 아이패드 종이 질감 필름에 관한 이야기인데, 요새 좋은 모니터를 쓰다 보니 화질에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내친 김에 아이패드 화면을 매우 흐릿하게 만드는 종이 질감 필름도 떼어봤다. 결과는 완전 신세계다. 엄청난 고대비의 짱짱 화면이 눈 앞에 펼쳐진다. 종이 질감은... 애초에 요새 글씨 연습은 종이에 하고, 그림 연습할 때는 종이 질감 필름이 굳이 필요 없더라. 그동안 내가 잃어버렸던 화질을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