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작성이 좀 늦었다. 페북이랑 인스타는 블로그는 아차하면 업로드 타이밍이 늦어지는듯.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파티는 시작됐다. 일단 유럽에서의 크리스마스는 실제로 발렌타인데이처럼 변질된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구정이나 추석 정도의 포지션이고, 그만큼 국내와 해외에서 친지들이 오는 등 민족의 대이동도 일어난다. 하지만 올해는 그게 코로나 때문에 불가능해서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조촐하게나마 더 알차게 보내고 싶어하는 상황. 우리도 전날부터 파티를 시작했다. 전날의 메뉴는 피자와 초밥!
평소보다 훨씬 큰 칠면조도 오븐에서 노릇노릇 잘 익어간다.
ㅗㅜㅑ. 크기 보소. 실제로도 엄청나게 거대해서 거의 7-8명이 되는 식구가 나흘 정도 칠면조만 배터지게 잘 먹었다. 그래도 다른 고기에 비해서 저지방, 고단백에 건강한 요리니까, 뭐.
세팅을 완료하고,
폭풍 흡입. 아일랜드는 한국보다 오븐으로 요리하는 문화가 훨씬 더 발달되어 있다. 그래서 고기뿐만 아니라 야채도 오븐 구이를 곧장 하는데 이게 꽤 맛있다. 오븐 저온 구이로 눅눅한 야채의 습기도 조금 빠지고, 전체적인 식감도 바삭해진다. 거기에 올리브유를 살짝 치거나, 기호에 따라 소금, 설탕, 식초, 치즈 등을 약간 뿌려주면 된다.
식후엔 커피. 커피에 위스키를 넣는 아이리시 커피다. 일종의 아일랜드판 폭탄주라고 할까? 한국의 폭탄주: 맥주 + 소주. 아일랜드 폭탄주: 위스키 + 커피 + 크림. 위스키 자체가 상당히 독한 술이므로 대책없이 너무 많이 넣었다가는 꽐라가 될 수 있으니 주의. 위스키의 알콜, 커피의 카페인, 크림의 칼로리가 더해져서 스태미너 음료로는 최고다.
만드는 법이다. 엄청 간단하다. 프라푸치노가 훨씬 손이 많이 가는듯. 중요한 건 예쁜 컵에 예쁘게 담아서 서빙하는 것.
커스타드, 아이리시 푸딩도 같이 먹어준다. 칼로리는 하늘로 승천하지만 뭐 어떠냐. 크리스마스인데. 더군다나 요새 자전거 너무 빡세게 타서 저체중에 글루코겐 부족이라 좀 먹어도 괜찮다. 참고로 저 푸딩은 서빙하는 아일랜드만의 전통이 있는데,
퐈이야!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 선물 교환 타임. 원래 난 진짜 제대로 선물할 때는 일년 내내 특히 여행을 하면서 선물을 받는 사람의 취향과 필요한 물건을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산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면, 그렇게 고민하는 과정 자체도 행복하고 받는 사람도 더할나위 없이 기쁘니까.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아일랜드 국내 여행도 많이 꺼려지는 상황. 그래서 그냥 아싸리 백화점 상품권으로 했다. Arnotts가 아일랜드의 대표적인 백화점이다. 이렇게 올해 크리스마스도 가고 2020년이 저문다. 그래도 아일랜드에 있으면 크리스마스를 정말 뜻깊고 따뜻하게 보내서 좋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한국의 크리스마스는 거의 뭐, 발렌타인데이 포지션이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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