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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노래 잘 부르는 법. 그 첫 번째

들어가며

파티 위주의 문화가 정착된 유럽 등 서양에 비해서 한국이나 일본은 유달리 노래방 문화가 발달했다. 골목 어귀 구석구석 위치한 노래방이니 코인(동전) 노래방이니 목청을 풀 기회는 많은데 듣고 있자면 누구는 가수가 따로 없고 누구는 고음 불가인 게 현실이다. 나도 음치라 마이크만 잡으면 손바닥에 식은땀이 고이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져서 자료를 폭넓게 찾아보고 연습도 많이 해보니 병아리 오줌 만큼이라도 나아졌다. 자료는 김명기 씨의 보컬 강의를 참고했고, 연습은 주로 집에 있는 금영노래방기기를 이용했다. 아래에 내가 느낀 노래의 A부터 Z까지를 적어보았다.


노래 실력 단계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김명기 강사님이 말한 노래 실력의 단계를 확인해보자.

1단계 : 노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며 그냥 막 부른다. 가끔 천부적으로 이렇게 불러도 듣기 좋은 사람이 있으나 알고 계시겠죠? 우린 같은 범인은 절대 아니다.

2단계 : 자신의 가창력이 답답해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호흡, 자세, 박자, 음정, 발성, 기교 등이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다. 실력 자체는 일 단계와 별 차이가 없으나 아는 것이 힘이라고,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3단계 : 목에 힘을 뺀다. 그리고 이거 엄청나게 어렵다. (힘을 뺀다고 해서 새소리 같은 가성을 내지르는 게 아님) 이것도 재능이라서 별 노력 안 하고도 순식간에 빼는 사람이 있는 반면, 몇 년간 들입다 파도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죽어라 연습하는 수밖에…

4단계 : 목에 힘이 빠지면서 다양한 발성과 기교를 시도한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는 시도(Try)만 되지 숙달(Master)하기 까지는 오만 광년의 차이가 존재한다. 여러 번 시도하다 보면 자신의 18번 노래를 부를 때는 자신만의 패턴이 생긴다. 여기서는 목을 긁으면서 포인트를 주고, 여기서는 가성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며, 여기서는 샤우팅으로 폭발하듯이 등등. 조합은 정말 무궁무진하다.

예전에 TV에서 하정우 배우를 인터뷰한 내용을 본 적 있는데, 그의 노트를 보면 노트 수 장에 걸쳐 대사를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빼곡하게 적는다고 한다. 이건 김명기 선생님도 강조하는 건데, 노래 실력을 계발하고 곡 하나를 마스터하고 싶다면 천 번을 부르라고 한다. 그리고 공책을 준비해서 소절과 음마다 종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부르는 방법을 메모하라고 한다. 그만큼 프로의 길은 멀고도 험한 것이다.

5단계 : 4단계까지가 아마추어 수준에서의 한계다. 여기서부터는 프로의 레벨. 전 단계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신의 주력 곡이라 할 수 있는 노래는 10번 부르면 10번 똑같이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10번 불러 10번 동일하려면 다음의 것들이 100% 정확해야 한다. 1.음, 2.박자, 3.창법과 기교. 특히 1번을 위해서 반드시 악기가 필요한데, 김명기 선생님은 기타를 필두로 한 현악기를 추천했다. 피아노 같은 건반 악기는 1/4, 1/8 등의 음을 표현할 수 없어서 별로라고... 근데 1/2도 캐치를 못 하는 나 같은 음치가 1/4 나아가 1/8 음이라니... 아마추어 기준으로는 과도하게 정확한 음감이다.

6단계 : 이전 단계까지의 모든 게 가능하며, 거기에 수십 년 이상의 경력에서 우러나오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단계이다. 이 정도가 되면 자신이 부르는 노래 장르에서는, 감히 세계구급이라 칭할만하다.

호흡과 자세

자동차의 연료는 기름이고 노래의 연료는 호흡이다. 그만큼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이 노래를 ‘부르는 것’에만 집착하여 간과한다. 호흡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절대 노래를 부를 수 없다. 뛰어난 가수는 마르지 않는 저수지에서 물을 퍼 올리듯이 끊임없이 호흡을 공급한다. 부족하며 잘못된 호흡은, 밑에서 설명할 목에 힘 빼기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헬스를 때에 들숨과 날숨을 조절하여 단전에 힘을 주고 무게를 친다. 노래를 연습할 때도 마찬가지다. 숨을 들이마신 뒤 배꼽 아래에 힘을 주면서 일시적으로 호흡을 저장한 후 내뱉는다. 이는 단전 호흡과 유사하다. 익숙해지면 한 번에 들이마시는 공기의 양도 늘어난다. 또한, 초보는 노래 부르는 것에 집착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호흡해야 할 곳을 건너뛸 때가 많은데, 고치는 게 쉽지 않다.

자세도 호흡과 비슷하다. 척추를 펴고 바르게 서야 하며 다리는 어깨너비 정도로 편하게 벌린다. 가슴은 새 가슴처럼 약간 부풀게 하고 턱은 반드시 당겨야 한다. 특히 턱 당기는 게 중요하며 고음 올린다고 턱을 순간 노래는 망한 거다. 여기까지 보면 전체적인 자세가 몸에 힘을 빼고 폐와 가슴의 압박을 방지하는 데 집중되어 있는 걸 알 수 있다.

박자

호흡과 쌍으로 무시하기 쉬운 것이 박자이다. 그리고 의외로 몹시 중요하다. 음치만큼은 티가 안 나서 그렇지 박자치도 고달프긴 마찬가지다. 특히 특유의 엇박자가 있는 노래는 박자치가 아니더라도 죽을 쑬 때가 많다. 박자를 제대로 지키려면, 자신만의 리듬을 타고 다리나 발을 까딱이면서 맞춰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과 이어서 설명하면, 노래 부르면서 항상, 자세, 호흡, 박자는 수시로 체크를 해야 한다. 따라서 노래에 익숙해지기 전까진, 그만큼 집중해서 불러야 한다.


목에 힘 빼기 : 초보를 벗어나는 첫걸음

목에 힘이 들어가면, 절대 노래를 잘 부를 수 없다. 그만큼 노래를 부를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다. 김명기 선생님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노래를 잘하는 것도 여성은 80%가, 남성은 20%가 선천적으로 목에 힘을 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기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 특히 80%의 남성은, 수많은 연습으로 이걸 터득해야 한다.

목에 힘을 빼는 것은 가성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당연히 타인 앞에서 이렇게 부르면 시나브로 미친놈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다. 될 수 있으면 혼자 연습을 하자. 강의에 따르면 빠른 사람은 금방 힘을 빼는데 느린 사람은 수 년이나 걸린다고 한다. 어느 정도 힘이 빠지기 시작하면 스스로도 감이 온다. 목에 걸리는 부하는 김종국 씨 노래스러운데, 실제로 나오는 목소리는 박정현 씨나 이선휘 씨의 노래처럼 진성으로 나온다.

남성을 기준으로 개인차는 있으나, 목에 힘을 빼지 못하면 대부분 2옥타브 솔, 라 정도에서 한계가 온다. 하지만 목에 힘을 뺄 수 있다면, 가성의 음역 = 실제 음역이 된다. 이렇게 힘을 뺀 뒤에는 목 근육, 소리가 터지는 위치, 성대 윗부분가과 아랫부분, 허스키, 샤우팅 등 온갖 방법으로 소리를 조지면서 다양한 창법과 기교를 덮어씌울 수 있다.

목에 힘이 제대로 빠지고 고음 창법에 익숙해지면 음역은 수직 상승한다. 오히려 막 걸음마를 뗀 아기가 자신의 몸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처럼 하늘로 솟구친 음역을 주체하지 못해서 노래를 낮게 불러야 할 때도 있다. 대충 남녀 상관없이 3옥 솔에서 4옥 도 정도로 한계가 잡힌다. 바로 이것 때문에 남자가 여자노래 못 부르는 게 아니고 여자가 남자노래 못 부르는 게 아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렇게 나오는 목소리는 절대 가성이 아니다. 파워풀한 진성이다. 물론 가성을 버리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목소리에 변화를 주고 호소력을 높일 수 있으므로, 가성도 잘 활용하면 훌륭한 무기가 된다.

마치며

1편은 이것으로 끝내고 다음 2편에서는 창법과 기교에 대해서 적어보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