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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지름] 로지텍 G915(G913) 무선 키보드

예전부터 내가 줄곧 주장하는 게 있다. 사무용 또는 게임용 컴퓨터를 장만할 때 컴퓨터 그 자체의 성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사람과 직접 맞닿는 휴먼 인터페이스 장치들이라고. 거기에 뭐가 있냐고? 책상, 의자, 발 받침대, 모니터, 모니터 암, 키보드, 마우스, 마우스 패드, 손목 받침대 등이 있다. 컴퓨터 성능이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안 좋아지는 것이고, 필요하면 다시 돈을 투자해 더 강력한 하드웨어를 구매하면 된다. 하지만 연약하기 그지없는 인간의 몸뚱어리는 한번 고장 나거나 성능이 하락하면 교체하기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힘들다. 적어도 현재의 의료 기술로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주변기기에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인데 모니터가 그랬고, 마우스도 그랬다.

이런 의미에서 기존에도 이미 좋은 키보드를 쓰고 있었다. 바로 해피해킹 백무각 타입-S. 구입한지 한 5년 정도 된 것 같은데 당시 한국에는 일반 프로만 있지 타입-S는 팔지도 않아서, 일본 라쿠텐에서 직구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잘 사용했으나 최근 들어 불편한 게 몇 가지 생겼다. 먼저 유선이라는 점. 내 업무/게임 환경을 모두 무선으로 교체하고 있는데 그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키보드가 계속 유선으로 남아있으니 무척 걸리적거렸다. 또한, 이 녀석의 키 배열은 맥킨토시 환경에서는 그럭저럭 쓸 수 있는 키 배열이었으나 요즘 윈도우 위주의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풀배열이 아닌 게 꽤 불편했다. 은근히 자주 사용하는 상단의 펑션 키가 실종이라는 것은 두말한 나위 없고. 따라서 오래오래 쓸 것 기왕에 최상급 무선 키보드를 주문하자고 마음먹고 검색해보니 풀배열 또는 텐키리스 무선 키보드는 크게 다음 3가지로 귀결됐다.

  1. 로지텍 MX Keys.
  2. 로지텍 G915 Pro.
  3. 커세어 K63 와이어리스.

나름 아름다운 RGB 효과. G Hub에서 다양하게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다.

이 중에서 로지텍의 내구성과 로우 프로파일 기계식 스위치, 그리고 짱짱한 무선 연결을 자랑하는 G915 Pro로 결정했다. 장점과 단점도 내가 예상했던 것 그대로다. 장점은 역시 끊김 없는 빠른 반응 속도. 콜 오브 듀티 같은 FPS 게임에서도 입력 시간 지연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또한 묵직하며 견고한 만듦새도 특징. 그리고 2가지 연결 모드, 2.4hz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를 모두 지원하여 와이파이는 컴퓨터에, 블루투스는 모바일 기기에 연결하여 전환하면서 사용할 수 있다. 사무용으로 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풀배열 형태도 좋다.

단점은 가격. 거의 30만 원 대 키보드이므로 절대 싸다고는 할 수 없는 가격이다. 그리고 이건 단점이라기보다는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인데, 키가 로우 프로파일이라는 거다. 기존의 높이가 높은 키에 익숙해져 있다면 처음 타이핑할 때 어색하고 오타가 날 수 있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몇 시간만 지나니 금방 익숙해지고, 지금은 일반 키보드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정확하게 타자를 칠 수 있다. 매우 짱짱한 맴브레인 키보드 느낌이라 보면 된다.

스위치는 3가지 방식이 있다. 리니어, 택타일, 그리고 클릭키. 미국 아마존에서는 3가지 모두 팔던데 영국 아마존에서는 리니어를 팔지 않았다. 대략 리니어 = 적축, 택타일 = 갈축, 클릭키 = 청축이라고 보면 되는데 후기를 보니 클릭키는 청축만큼이나 시끄럽다고 해서 적당히 택타일로 타협했다. 매우 만족하면서 사용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