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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得 - 배움

[독후감] 기적을 부르는 뇌 - 노먼 도이지, 김미선 옮김

과도한 번역투와 병렬식 주제 구성 덕분에 읽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 책이다. 이래서 다산 정약용의 빠르게 훑는 독서법이 필요하다. 이 방법을 쓰면 결과적으로 완독 후 얻는 내용은 그 나물에 그 밥인데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은 거의 10배는 줄어든다. 거기서 아낀 시간으로 핵심 내용을 마인드맵 앱을 통해 기억의 궁전 형식으로 정리하거나, 음독/필서까지 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그럼 잔가지를 쳐내고 책 내용을 정리해보자.

뇌의 가소성이란 무엇인가?

가소성은 영어로 플라시티(Plascity)라고 하는데 어원은 찰흙이다. 마치 찰흙으로 장난감을 반죽하는 것처럼, 우리의 뇌도 재구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크게 2가지다. 먼저 뇌의 쓰는 부분은 발전한다는 것과, 뇌의 안 쓰는 부분은 퇴화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서 중요한 점은, 인간은 모든 감각을 수용체에서 전기 신호로 바꿔 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기 신호를 의도적으로 조작하면 뇌를 바꿀 수 있다. 셰릴이라는 여성은 자궁절제술 이후 항생제 부작용으로 균형 감각이 망가졌다. 치료 수단으로 전기 신호를 보내는 감각 장치를 뇌에 직접 연결하고 균형 감각을 꾸준히 연습하니 결국 장치 없이도 균형 감각을 되찾았다. 흰 족제비의 눈을 원래 연결되어 있던 시각 피질에서 청각 피질로 바꾸니 청각 피질이 시각 피질의 역할을 대신했다.

인간은 자연이 낳은 사이보그다. - 인지과학자 앤디 클라크(Andy Clark)

안 쓰는 뇌는 퇴화한다

뇌는 한정된 자원으로 최선의 결과를 뽑기 위해 뉴런을 항상 재구성한다. 정확히는 안 사용하는 뉴런을 없앤다. 따라서 우리 뇌가 좋은 습관이나 태도를 담당하는 뉴런을 없애지 않도록 지도하는 게 중요하다. 아쉬운 건 사회 통념적으로 좋은 습관이라고 하는 것들은 익히기 어렵고, 나쁜 습관이라고 하는 것들은 금새 배울 수 있다.

이때 함정이 있다. 엔돌핀과 도파민의 차이다. 엔돌핀은 뭔가를 실제로 성취할 때 분비되는 화학 물질이다. 반면 도파민은 뭔가를 갈망할 때 분비된다. 둘 다 필요한 화학 물질이지만 도파민은 부정적인 쪽으로 발현할 때가 많다. 이 책에서는 대표적인 예로 포르노그래피를 든다.

포르노그래피는 끝없는 하렘으로 도파민 분비를 과도하게 촉진하여 욕망의 기대 수치를 폭증시킨다.

엔돌핀을 얻을 수 있는 성취를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과도한 도파민 분비를 초래하는 갈망은 경계해야 한다. 또한, 휴대폰 중독 등의 도파민만 분비하는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좋은 뇌 지도를 구축하는 짜투리 습관들

뇌의 지도를 구축할 때 단순 반복이 항상 나쁜 게 아니다. 이는 다산 정약용의 독서법에도 나온다.

독서할 때 중요한 부분이 나오면 눈으로 보지만 말고, 쓰고 소리내서 읽기도 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뇌에 뉴런의 고랑을 파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잠을 푹 자는 것도 좋다.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고양이가 잠을 많이, 특히 깊은 잠인 REM 수면을 취할수록 뇌 지도의 가소적 변화가 커지는 결과가 나왔다.

책을 다 읽고보니 전체 내용이, 『뇌에 맡기는 공부법』 그리고 『다산 정약용의 독서법』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요지는 좋은 실행-보상의 길항 작용으로 (피드백) 효율적이고 빠르게 뇌의 뉴런 지도를 구축하는 것이다. 다만 서두에도 말했든 문체가 너무 직역투라서 읽기 힘들었다. 앞으로는 첫 몇 페이지를 넘겨보고 직역투면 바로 한역판은 거르고 원서로 보는 게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