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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旅 - 해외여행, 맛집

나고야 일본 중부여행 2일차 - 카미코지(上高地)



여행기간 : 2014.08.18 ~ 08.22 4박5일, 렌트카 여행
여행장소 : 나고야, 일본 중부, 일본 알프스




카미코지(上高地)



둘째날 이동경로. 심플하다. 오늘은 하루 종일 카미코지만 볼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동할 때 주의할 점은, 카미코지 가는 길이 한국의 강원도 산길처럼 매우 꼬불꼬불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터널도 많은데, 그 중에는 길이가 10km 넘는 것도 있다.



새벽에 일어나 온천에 한 번 더 들어갔다가 료칸에서 차려준 아침식사를 하고 목적지인 카미코지로 향했다. 조식은 일본식이었는데 깔끔하면서도 맛있었다.



카미코지(上高地)는 일본의 알프스[각주:1]라고도 불리며, 고도 3,000m를 넘나드는 높은 봉우리로 둘러쌓인 지형이다. 자세한 정보는 카미코지 홈페이지에 한국어로 올라와 있으니 참고하자.




전체적인 카미코지의 모습. 렌터카로 카미코지를 방문하면, 나카노유(中の湯)라는 곳 위로는 차를 몰고 갈 수 없다. 따라서 그 곳에서 남쪽으로 꺾어, 셔틀버스 승강장에 주차하고 셔틀을 타고 가야한다. 승강장은 여러개가 있으니 주차장에서 제일 가까운 곳을 이용하면 된다. 우리는 오늘 묵을 료칸에 들려서 먼저 주차를 하고 셔틀 버스를 탔다.



일반적인 관람 코스는 카미코지 내부 첫 번째 승강장인 다이쇼이케(大正池)에서 내려 갓파바시(河童橋)까지 걸어가는 코스로, 걸어서 1시간 정도 걸린다[각주:2]. 이후, 다시 걸어서 다이쇼이케까지 내려와도 되고, 다리가 아프다면 갓파바시 근처에 있는 두 번째 승강장에서 셔틀을 타고 내려와도 된다. 우리는 대세를 따라서 다이쇼이케에서 갓파바시까지 걸어서 올라가는 코스를 선택했다.



걷는 코스의 해발은 1,000m를 조금 넘는 수준이며, 따라서 약간 서늘하다. 하지만 한여름에 긴소매를 입어야 할 정도로 춥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알프스라는 단어가 주는 험준한 느낌과는 다르게, 적어도 걷는 코스에 한해서는 대부분 평지이니 트레킹 난이도도 낮다. 자연을 느끼면서 느긋하게 걷기에 안성맞춤.




셔틀버스 승강장. 배차간격은 15분으로 자주 다닌다. 다만, 오후 5시 이후는 배차시간이 길어지고 불규칙적이라고 하니 주의하자. 버스 좌석은 일반적인 2,2열 배치인데, 사람이 많을 때에는 복도 좌석까지 펴서 2,1,2 열이 된다. 남은 좌석이 복도 좌석 밖에 없다면, 버스 기사가 탑승할 때 미리 경고한다.




셔틀버스 티켓.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를 가는데 일인당 왕복 ¥2,050이나 한다. 자연보호 등, 좋은 곳에 쓰이리라 위안삼으면 기분이 나쁘진 않다만... 그래도 비싼 것은 사실.



여기서 유의할 것이 있는데, 반드시 자신이 탄 승강장을 기억할 것. 우리는 사완도샤코마에(さわんど車庫前) 승강장. 카미코지를 구경하고 돌아올 때, 내리는 승강장을 틀린다면 상당히 곤란해진다. 승강장 이름은 승강장 간판에 적혀있다. 셔틀을 타고 15~20분 정도 가면 첫 번째 다이쇼이케에 도착한다.



다이쇼이케(大正池)




옛날 다이쇼이케는 평범한 숲이었다. 하지만 1915년 근처 화산이 분화하면서 발생한 토사가 흐르던 강을 길막(...)하여 숲이 통째로 저수지가 되어버렸다. 그 결과가 바로 현재의 다이쇼이케.



실제로 수면 위로 고사(枯死)하여 뼈만 남은 나무들이 삐죽삐죽 솟아있는데, 현재는 몇 그루 안 남아있다. 오랜 세월이 지남에 따라 죽은 나무가 하나 둘씩 쓰러져 간 것. 근처 안내판에 약 50년 전 호수의 사진을 찍어놓았는데, 당시에는 수 많은 고목들이 수면 위로 솟아있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었다.




호수 한 귀퉁이에서 조각배를 대여해준다. 노는 직접 저어야 함.





상당한 수의 오리가 호수에 서식하고 있는데, 당최 겁이 없다. 일본인임에도 오리에게 먹던 음식을 던져주는 사람들이 있던데, 금지된 행동이다.보통 이런 무개념 = 한국인이라는 편견이 많아서 오해할까봐 직접 일본인이 했다고 언급함 근데 애초에 여기 한국인은 우리 일행 밖에 없었다.




'먹이 안줄꺼면 저리가셈' 이라고 말하는 것 같... 오리가 겁도 없이 사람에게 마구마구 접근해서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



산책로는 이렇게 잘 정비되어 있다.




산책로 옆으로 보이는 자그마한 개울. 물이 매우 깨끗하다. 다만 물 속에 이끼는 무지하게 많음.




산책로 중간에 이런 넓~다란 평지가 나오는데, 과거에 이곳은 다이쇼이케처럼 호수였다. 세월이 지나 막힌 토사가 뚫리면서 자연스레 물도 사라졌다고. 이것은 다이쇼이케도 마찬가지라, 수량이 점점 줄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다이쇼이케에 있는 물을 이용하여 낙차로 수력발전을 하고 있다.[각주:3]




45분 쯤 걸으면 이렇게 강이 완만히 꺽인 곳이 나오는데, 여기까지 왔으면 갓파바시까지 거의 다 온 것이다.



중국의 장가계나 황산처럼 신선이 노니는 곳이란 느낌이라던가, 유럽의 알프스처럼 압도적이라던가 하는 느낌은 없었다. 대자연의 장엄함을 체험하러 오신 분이라면 실망하실 수도..[각주:4] 대신 가족, 연인 단위로 와서 오순도순 이야기 하며 느긋하게 자연을 즐기며 걷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물도 맑고 공기도 좋아 심신을 정화하기에 더 없이 좋다.



갓파바시(河童橋), 갓파식당(河童食堂)



다이쇼이케에서 1시간 정도 걸으면, 갓파의 다리라는 갓파바시가 나온다. 다이쇼이케에서 갓파바시까지 1시간을 걷고 갓파바시를 둘러본 후, 셔틀버스 타고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인 카미코지 관광 코스이다.



갓파를 쉽게 상상하는 방법은 서유기의 사오정을 떠올리면 된다. 바로 강에 사는 물귀신. 전설에 따르면, 물에서 기어나와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을 반달파간다고 한다. 이런 유의 이야기가 다 그렇듯이 어른들이, 아이들 물가에서 놀다가 물에 빠지지 말라고 꾸며낸 이야기인 듯 하다.



왜 갓파다리라고 불리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옛날 이곳에 갓파가 살만큼 깊은 호수가 있었다 ▲비오는 날 사람들이 벙거지를 쓰고 강을 건너는 모습이 갓파와 닮았다 등, 다양한 설이 있지만 확실한 것은 없다.




사실 갓파바시 다리 자체는 별로 볼 게 없다. 그냥 개울 위로 나 있는 조그마한 다리일 뿐.[각주:5].




더군다나 성수기엔 사람도 무지하게 많아서, 조용히 자연을 만끽할 수 없다. 카미코지는 갓파다리까지 가는 길을 즐기는 것이지, 갓파다리 자체를 즐기는 것은 아닌 듯. 일종의 터닝포인트 역할인 것 같다.




이제 배가 고파져서 식사를 해야하는데... 카미코지 내에서 식사를 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호텔 식사, 다른 하나는 갓파바시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



호텔 식사는 프랑스풍 양식(洋食)이고 가격이 비싸다. 갓파바시 근처 식당에서의 식사는 라면이나 덮밥류의 간단한 식사이고,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각주:6] 또한 2층 창가에서 식사를 하면, 갓파다리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호텔 식사는 제국호텔(帝国ホテル)이라는 호텔 내의 레스토랑에서 하는데, 1.프랑스풍 양식이 별로 먹고 싶지 않았고, 2.가격이 비쌌고, 3.호텔이름이 맘에 들지 않아서(...) 스킵하고, 갓파바시 근처 갓파식당(河童食堂)에서 점심을 먹었다. 참고로 카미코지의 숙박비는 한국의 설악산처럼 산에 가까울 수록 비싸다. 카미코지 내부는 엄청 비싸고, 카미코지 밖은 그나마 조금 싸고, 아예 타카야마까지 내려가면 더 싼 그런 구조이다.[각주:7]




한국의 푸드코트 처럼 카운터에서 선 주문해야한다. 다만 음식은 종업원이 갖다 줌. 사진의 음식은 신주미소챠슈면(信州味噌チャーシューメン)이며, 햄처럼 생긴 돼지고기를 빼면 가격이 싸진다.




갓파소바(河童そば). 냉소바, 온소바가 있는데 날씨가 더웠기 때문에 시원한 놈으로.




마지막 타자는 돈까스 덮밥. 양이 제일 많았다. 더불어 가격도... 한 그릇에 1만 오천원.



식사를 하고 갓파바시 근처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서 물건을 몇 개 샀다. 와사비후리카케[각주:8]와, 각종 절임 류. 특히 와사비후리카케는 평범한 후리카케와는 달라서 산 것.



게로에서 오전 9경 출발하여 여기까지 보니, 저녁 5시가 다 되었다. 오후 5시 이후로는 셔틀버스 배차간격이 길어지기 때문에, 부랴부랴 갓파바시 근처 승강장으로 가서 셔틀을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일본판 한정식. 가이세키(懐石)



가이세키는 일본 료칸에서 맛 볼 수 있는 고급요리로, 형태와 맛은 료칸에 따라 다양하다. 어찌보면 료칸의 얼굴이라 할 수 있을 듯. 그리고 료칸의 밥줄이기도 한 것 같다. 숙박비 =< 가이세키 값.



드라마나 애니에 나오는 방까지 배달해주는 가이세키를 기대했지만, 중저가 료칸의 가이세키는 가차없이 식당에 가서 먹어야 한다.




식당에는 자리가 배정되어 있고, 먼저 간소하게 한 상 차려져 있다. 한정식처럼, 먹다보면 여기에 추가로 요리가 차례차례 나온다. 중간에 생선은 산천어 구이인데 짭조름하게 소금을 뿌려놓았고, 꼬리에는 아예 소금으로 하얗게 박(箔)을 입혀놓았다(...) 속살은 좀 덜 짜니, 짜게 먹고 싶으면 꼬리에다가 찍어 먹으라는 뜻인듯.




디저트처럼 생겼으나 어묵과 장아찌, 소라조림이다.




소고기 육회. 원래 육회는 못 먹는데, 가이세키로 나온게 아까워서 먹었다. 맛은 생선회랑 비슷함.




어딜 가도 빠지지 않는, 이 지방 고급요리 히다규(飛騨牛)구이. 나뭇잎 위에 고기와 각종 야채를 얹어서 구웠다. 처음엔 날것으로 나오는데, 밥 먹다보면 조금씩 구워지는 형식. 이것도 역시 맛은 있지만 느끼해서, 딱 요만큼이 적정량이다.



이 외에도 소바, 튀김, 국 등이 나왔다. 마무리는 밥. 전체적인 양은 많아서 도저히 다 못 먹을 정도. 맛은 있었으나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방까지 배달해 주는 게 아니라서 아쉬웠다. 대략 일인당 20~30만원은 줘야 방까지 배달해주는 가이세키를 맛 볼 수 있는 듯.



요리는 좋았으나, 이 호텔의 방은 비추. 퀴퀴묵은 냄새가 너무 났다. 에어콘이라도 돌리면 좀 나아지겠으나, 주변이 시원하기 때문에 에어콘도 못 켰다. 프론트에 퀴퀴하다고 하니 제습기를 하나 갖다주긴 했는데, 별 효과는 없었다.



방 값은 저녁 가이세키와 조식까지 포함해 3인 ¥38,000으로 나름 괜찮은 가격이었으나[각주:9] 방이 너무 실망이라서... 방 크기도 어제 묵은 곳보다 훨씬 좁았다.



가이세키 먹기 전에 들어간 온천은 깔끔하고 괜찮았으나, 어제 묵은 오가와야보다는 못했다. 식사 후 방에 돌아와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하며 취침. 끝.






  1. 일본 특유의 자뻑성(...) 호칭이 아니라, 영국인 선교사가 붙여준 이름이라고 한다. [본문으로]
  2. 셔틀로 바로 갓파바시까지 갈 수도 있지만 비추. 가미코지의 핵심은 다이쇼이케에서부터 시작하는 산책이다. [본문으로]
  3. 셔틀버스를 타고가다 보면, 산에서 부터 내려오는 엄청 긴 관(管)과 발전소를 볼 수 있다. [본문으로]
  4. 해발 3,000m가까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코스가 있긴 한데, 그 곳은 셔틀승강장에서 자가용으로 1시간 정도 더 가야한다. [본문으로]
  5.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다리 자체가 살짝씩 흔들린다. 덕분에 다리를 다 건너고 난 뒤에도 울렁거림을 느낄 수 있다. [본문으로]
  6. 비교적 저렴한 것이지 절대 싸지 않다. 역시 여행지 바가지... [본문으로]
  7. 제국 호텔에 적절히 숙박플렌을 먹이면 1인당 1박 60만원도 우습다. [본문으로]
  8. 밥에 뿌려먹는 것 [본문으로]
  9. 보통 이 정도 숙박플랜이면 50만원이 넘는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