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사용 중이던 시놀로지 212j 나스가 많이 느려졌다. 애초에 보급형인 데다가 론칭된지 많은 시간이 흘렀으니... 그러던 중 공홈의 DSM 데모사이트를 발견, 실행해 보았는데 속도가 문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1]
여기서 대오각성하고 지름신의 영접을 받아 바로 카드를 꺼냈다. CPU는 무조건 인텔로 가란 말을 들어서 Marvell 탑재 제품을 제외하니, 생각보다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최종 후보는 415play와 415+. 성능은 415+가 좋은 대신 20만원 가량 비쌌다. 안분지족하고 415play를 사야 하지만, 왠지 그러면 두고두고 415+가 눈에 밟힐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415+로 구매. 나아가 기존에 쓰던 WD Green 1TB 하드 용량이 성에 안 차, WD Red 2TB 두 개도 같이 질렀다. [2]1TB 하드는 빼서 따로 보관하고, 2TB 두 개를 Raid1으로 묶어서 사용할 예정.
415+의 주요 스펙은 다음과 같다.
CPU : Intel Atom 2.4Ghz Quadcore
RAM : DDR3 2G
4개의 하드 베이, 링크 어그리게이션 지원
참고로 시놀로지 나스의 넘버링 보는 법을 살펴보자. 415+를 예로 들면, 4는 4베이, 5는 2015년형, +는 고급형을 의미한다. 맨 뒤에 붙는 접미사는 j는 보급형, 아무것도 없으면 표준형, play는 미디어재생특화형, +는 고급형을 나타낸다. 성능은 보급<표준<플레이<고급형이나, 동영상 재생에 한정하여 play가 고급형과 비슷하거나 근소하게 앞선다.
장점
기존에 사용하던 212j에 비해 뛰어난 점을 적어본다.
CPU 점유율 차이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212j는 뭘 조금만 실행하면 100%에 가까운 CPU 점유율을 보인다. 하지만 415+는 DSM 상에서 프로그램을 여러 개 띄워 놓아도, 10% 전후의 점유율만 차지할 뿐이다. 따라서 부담 없이 나스 상의 멀티태스킹 작업을 할 수 있다. 이는 RAM도 마찬가지로 이전 212j의 256mb의 부족한 램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은 램 점유율을 보인다.
웹 서버 로딩 속도
사실 이번 나스 업그레이드의 가장 큰 이유. 212j에서 돌아가는 동호회 홈페이지가 너무 느렸기 때문에 나스 교체로 속도 향상을 꾀했고, 이는 올바른 판단이었다. 아래의 스샷을 보면 수치상 얼마나 속도 차이가 나는지 알 수 있다.
212j의 속도. 나 같은 초보는 다른 거 보지 말고, Page load time 하나만 보면 된다. 6.2초
415+의 속도. 2.68초로 많이 줄어들었다.
참고삼아 테스트해 본 네이버 카페. 3.85초이다.
212j에서는, 국내 보드 중 가장 빠르다는 킴스큐를 설치했음에도 거슬리는 로딩이 존재했는데, 415+에서는 사라졌다. 수치 외에 실 체감 속도도 두 배 이상 빨라진 느낌. 매우 만족한다.
4베이로 대용량 확보
212j는 하드 베이가 단 두 개이나, 415+는 4개의 베이를 지원한다. 따라서 훨씬 자유롭고 넉넉하게 저장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나는 2TB×2를 레이드1로 묶고, SSD하나를 장착해서 사용 중이다. 즉 총 3개의 베이를 사용 중. 하드는 데이터 보관용, SSD는 서버용으로 돌리고 있다.
원터치 형태의 제품설계
요즘 같은 User-friendly 시대에 원터치가 아닌 전자제품을 쓰려면 짜증이 밀려온다. 212j가 그런 제품이었다. 제품의 완성도는 높지만, 케이스 뚜껑을 열 때나 하드를 갈아 끼울 때, 언제나 드라이버가 필요했다. 하지만 415+를 쓴다면 그런 걱정은 옛 말. 원터치로 케이스를 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하드교체도 가능해서, 매우 편리해졌다.
식은 죽 먹기인 마이그레이션
마이그레이션이란 기존 나스의 하드 내의 자료를 새로운 나스로 이전하는 것을 뜻하는데, 212j에서 415+로 마이그레이션 해 본 결과,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냥 옮겨 꽂으면 다 된다.[3] 나아가 나스↔︎나스 뿐만 아니라, 나스 내부의 하드 간 데이터 이동도 엄청 편리하게 되어 있다. 왜 시놀로지가 개인 사용자 나스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 고 잡스옹의 “It just works”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이상이 415+를 사용하면서 느낀 장점이다. 그럼 아쉬운 점은 어떤 게 있을까?
아쉬운 점
트랜스코딩
트랜스코딩을 완벽하게 지원하지 않는다.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의 도움말을 참고하자. 트랜스코딩은 모바일에서 동영상을 볼 때 중요한 기능인데, 호환이 안 되는 유형의 동영상을 미리 압축/변환하여 전송하기 때문에, 스트리밍 속도도 빠르며 데이터도 절감된다고 한다. 바로 이것이 내가 415play를 살까 고민한 이유이다. 하지만 동영상 시청이 주목적은 아니고, 415+는 하드웨어가 깡패라 트랜스코딩 없이도 원활한 영상 재생이 가능하므로 415+를 선택했다. 예전에 212j로도 영상 볼 때 불편함을 거의 못 느꼈는데 하물며 415+라면…
더군다나 홈페이지의 도움말을 보면, 415+가 속한 그룹은 트랜스코딩을 아예 지원 안 하는 것이 아니라, play 모델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못하다라고 적혀있다. 이는 어느 정도는 지원한다는 뜻이기에, 415play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 있었다.
링크 어그리게이션
이건 기계 문제가 아니고 나의 문제이다. 415+는 링크 어그리게이션이란 기술을 지원한다. 이 기술은, 한 번에 두 개 이상의 랜선을 나스에 연결하여, 다중 대역폭으로 속도 향상을 노리는 기술이다. 제대로 연결하면 기가비트의 수 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내부 전송 속도가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려면 스위치라는 네트워크 장비가 필요한데, 그것도 일반 스위치는 안 되고 링크 어그리게이션을 지원하는 고급 스위치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집은 90% 이상의 기기가 와이파이로 연결되어 있어서, 스위치를 구비한다 해도 무의미한 상황. 따라서 나에게 링크 어그리게이션은 무용지물이다.
비싼 가격
아무리 소프트웨어가 좋고 기기가 안정적이더라도, 가격이 비싸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나스를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사람은 케이스만 거진 백만 원에, 하드까지 합치면 150만 원 가까이하는 가격을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만약 처음 나스를 접하신다면, 212j 등의 구형이고 오래된 제품을 중고로 저렴하게 사서, 자기에게 나스가 얼마나 유용한 지 가늠해 보고, 이후 정말 필요하겠다 싶으면 고급형을 사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마치며
현재 전 세계 나스 시장을 양분하는 건 Synology와 Qnap. 이 중, 개인 사용자가 쓰기에는 소프트웨어 편의성이 높은 시놀로지가 최고다. 나는 415+로 바꾸고 매번 신세계를 경험 중이다. 웹서버, DSM, Audio Station, File Station, Photo Station 등 모든 게 212j보다 서너배는 빠르고, 그걸 동시에 실행해도 CPU 점유율은 10%를 넘지 않는다. 보급형 나스의 느린 속도에 답답함을 느끼는 분이라면 415+는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이상 나스 고르시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만 줄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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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WD Red 하드가 현재 시놀로지 나스와 가장 호환성이 좋다고 한다. ↩
- 물론 기존 하드가 Raid로 묶여있다면 조심해야 한다. 본인은 달랑 하드하나만 사용하고 있어서, 옮겨 꼽기만 하면 다 되었다. Raid시의 마이그레이션은 시놀로지 홈페이지의 도움말을 참고하자. ↩